공지사항/게시판 > 게시판 > 의대정원 확대 (서울대병원장의 2019년 칼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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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특별한 현상이 대한민국 의료에서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인구당 의사 수는 1000명당 2.4명으로 우리나라가 꼴찌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횟수는 인구 1인당 17회로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다. 수요공급의 법칙을 따른다면 의료기관 수익은 천정부지일 것 같지만 그건 또 아니다. 적은 수의 의사가 많은 환자를 짧은 시간에 진료한다.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환자와 의사들 모두 불만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령사회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는 곧 의료 수요가 최고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 인구의 질병은 훨씬 복잡하다. 진료에 투입되는 자원의 전문성이 높아야 하며, 다른 진료과와 협진이 필수적이다. 고령화에 따라 진료 요구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의사 7600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당장 내년에만 18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은 2007년부터 12년째 3058명으로 동결이다. 10년을 양성해야 의료 현장에 배출할 수 있는 의사 양성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2030년에는 전문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다.

진료량이 급증하지만 인사 인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지방에서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에는 수도권 대형병원마저도 의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도권에 있는 중소병원 인력난은 단지 중소병원장만의 호소가 아니다. 적정 의료를 제공해야 할 의료협력체계 붕괴의 시작이다.

전공의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그간 대학병원에서 무리하며 진료를 해왔던 전공의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바랄 수 없다. 대체인력에 일부 의료 행위를 맡기는 것도 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의사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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