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우리 엄마가 빌려준 돈은 언제 줄 건데?', '갚을 수 있기는 해?" 여자친구 B씨(40대)와의 통화를 마친 A씨(47)는 큰 고민에 휩싸였다.

A씨는 과거 B씨의 어머니에게 2700만원을 빌렸으나, 변제 기일이 다 되도록 갚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B씨의 채무 독촉도 많아졌다.

A씨는 '현재 직업이 없어, 변제가 어렵다'라는 사실을 B씨에게 털어놓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전화로 이런 사실을 알릴 경우, B씨와의 이별은 물론 경찰 조사까지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A씨는 거짓말로 B씨를 꾀어낼 계획을 세웠다.

A씨는 지난 4월14일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구 공사현장에서 받을 돈이 있는데, 현금으로 다 갚을 수 있다. 가는 길에 어머니 산소에 들렀다 가자'며 B씨를 남원의 한 야산으로 유인했다.

결국 이곳에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된 A씨는 B씨와 크게 다투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네가 나를 갖고 놀았느냐. 돈만 가져오면 너 같은 거 만날 필요 없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 A씨는 B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이윽고 주변에 있던 나무 몽둥이(길이 120cm, 두께 5~6cm)를 집어든 A씨는 그대로 B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A씨는 B씨가 피를 흘린 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3~4대 가량을 더 때렸다.

A씨는 B씨가 두개골 골절 등으로 숨을 거두자, 범행을 은폐하기로 마음을 먹고, 인근에 깊이 20cm 가량의 구덩를이 파 B씨의 사체를 은닉했다.

범행 후 A씨는 B씨의 가족에게 "돌려받은 돈을 가지고 부산으로 바람 쐬러 갔다"고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B씨 휴대전화 번호로 마치 A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문자메시지도 보내기도 했다.

수사당국의 계속된 추적에 범행이 들통난 A씨는 살인, 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는 B씨의 어머니 등에게 빌린 돈 대부분을 도박자금으로 사용했으며, 또 다른 사기 범행으로 약 1억3000만원 상당의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지명수배 중이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정지선)는 A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하고, 3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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