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가 어떤 가치로 다가오느냐는 관객마다 다를것 같습니다. 많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종교적 발언은 없습니다만 형이상학적이고, 감정적이며, 인간의 영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영화 <경계선>은 자신이 인간임을 의심치않으며 살았던 여자 '티나'가 의문의 남자 '보레'를 만나게 되면서 겪는 헤프닝을 그린 영화입니다.  티나는 냄새로 사람의 감정을 예민하고 정확하게 읽을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신체적으로나 능력적으로, 감정적으로 인간의 범주에서 동떨어진 티나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캐릭터들의 기묘한 외모답게 정말 기묘하고 특별한 영화였습니다.

 <경계선>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적나라하게 비유하여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사회에서 잘 섞이지 못하고 부유하는 주인공을 보여줌으로서, 자존감을 충족하려는 주인공의 욕망을 드러냅니다. '보레'라는 캐릭터를 접하면서 '무의식'이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는가 인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티나가 이성을 만나는 러브스토리로 그려지지만, 실로 인간이 무의식을 인지하는 과정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보레와 반대로 티나는 이성과 책임을 대변하는 캐릭터죠.

 단순히 이종족의 설정을 이용해 판타지를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의식이 가지는 특징들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통제하지 못하는 욕망과, 사회를 향한 분노를 지닌 보레는 끝내 이성적인 티나와 대립합니다. 인간이 무의식을 인지하고 허용했을때 얻어지는 쾌락과,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태와 질투, 분노는 무의식에서 발현하는 부정적 욕망입니다. 식욕, 애욕 등은 욕구를 충족했을때 이성적 불쾌감없이 쾌락을 얻는 욕망입니다. 그러한 욕망들이 뒤엉키다가 끝내 보레를 적대시하는 티나는, 분노함과 동시에 극도로 슬퍼합니다. 보레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보레를 떠나보내었을때, 티나는 공허함의 세계에서 허우적댑니다. 욕망이 있어야 쾌락이 있는것이고, 무의식을 허용하지 않을때에 우리는 책임감이라는 이성적 기준으로 행복의 감정을 말라 비틀어지게합니다.

 으아.. 이러한 해석적 리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징성이 강한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해석의 여지를 한정적으로 규정짓는 이러한 리뷰를 적고싶지도 않습니다. 스토리라는 것은 상징이기이전에 작품의 세계관안에서만 살아 숨쉬어야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도 해볼수 있지않나 싶습니다.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주제가 '감정'이 아닌 '논리'일때, 관객을 가르치려는 감독의 의도를 저는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논리를 전달하는데에 겸손함이 부족한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인지 모릅니다. 영화의 가치를 고려하는데에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봉감독의 영화가 왜 재미가 있고 없는가를 오랜시간 고민해왔고, 분명 앞으로도 수없이 고민할겁니다.

 <경계선>은 인간의 내면을 예술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인간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인들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또한 도발적이고 정서적으로 강렬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많은 생각을 안겨주기에 좋은 영화라 말할수 있을런지요.